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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파(α) 세대의 「증발물」 덧글 0 | 조회 2,957 | 2023-02-05 00:00:00
관리자  

알파(α) 세대의 증발물

2023.02.05.

정신과의사 정동철

 

 

 

증발해야 할 물건? 자신들의 세대에서 말을 알아듣지 못하는 사람들, 특히 나 같은 노인이 대상일 것이다. MZ 세대들도 마찬가지 알파(α, A~Z까진 꽉 찼기에) 세대는 그렇게 이해할 것이다. 아날로그를 경험하지 않은 첫 세대라서 그럴까? 하물며 이즘 정치인들 중의 언행(나라를 빙자해 우선하는 자신의 욕망에 따른)을 보면 증발되어야 할 사람들, 그들 α 영역에선 없어야 할 존재일지도 모른다. 나 같은 노인도 그들과 공감대, 하물며 그들이야 어디 한두 가지겠나..

 

아파트 지하주차장으로 가는 사이길, 늘 초등학교 어린이들이 삼삼오오 재잘거리며 지나가는 곳 말하자면 골목길이다.

너무 예뻐 웃으며 토닥거려 줄 마음, 5년 아니 그 이전엔 감사하다고 머리를 숙이며 인사를 했었다. 지금은 오히려 새콤한 눈으로 치켜 보며 이상한 할아버지로 본다. 아내 역시, 말하자면 할머니가 행여 쓰다듬어 줄 태세면 눈을 흘기며 걸음이 빨라진다. 마치 소아기호증(성도착의 정신병자)이 아닌가 싶어서. 당연히 지금은 아무리 예뻐도 토닥거림은 믈런 말도 건네지 않는다. 열 살 전후의 초등학생들 곧 α 세대의 특성을 눈치채고 있어서다. 삭막하다. 귀여운 손녀나 손자들 같은 기분을 통제하는 것이다. 증발물로 여길 것이 뻔하니까. 사실 그들의 얘기를 알아듣지도 못한다. 그들만의 신조어들은 무척 낯설 뿐이다.

외증손자와 외증손녀가 태어났다. 귀엽고 깜찍하고 대견해 보이는 그들, 한번씩 찾아오는 날 마음껏 안아주고 놀아주지만 머지않아 그들도 알파 세대의 신조어를 쓰며 두 늙은이를 증발물로 여기게 되지 않을까? 2010년에서 2024년 사이에 태어난 세대를 인구학자들이 부르는 알파 세대, 필연일지 모른다.

 

세대 간의 갈등, 성별갈등, 지역갈등, 빈부갈등, 이념갈등, 갈등으로 온통 뒤덮인 듯한 대한민국, 전쟁 속의 우크라이나 국민들은 똘똘뭉쳐 대한민국이 경험했던 전후 발전상을 그대로 배우고 싶다 하는데 갈등까지 닮아가진 않으리라 믿는다. 왜 두 쪽 난 갈등은 사실성과는 달리 그것도 난리굿일까? MZ 세대나 X, Y세대는 물론 머지않아 알파 세대에 그리고 베타 세대로 이어지면 어찌 되는 걸까. 물론 그들이 원하든 아니든 이미 나 같은 고령자는 함께 살 수 없는 딴 세상으로 간 뒤이긴 하지만 걱정이 크다. 묵언세대(silent generation)였으니까.

죽으나 사나 흑백이 아니라 흑과 적으로 형상화된 예술적 현실, 하기사 인생 자체가 예술이니 그럴 수도 있을 것이다. 흑백이든 흑과 적이든, 다만 강조하고 싶은 것은 생사는 영원히 함께라는 뜬금없는 말이 뒤따르니 더욱 그렇다.

꼭 양자역학에 의한 중첩성이나 확률, 뭐 불연속성, 얽힘과 같은 이론적 배경을 거론하지 않아도 현재의 우주질서 자체인 이상 중언(重言) 반복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교본보단 이미지나 짧은 영상, 디지털 원주민, 콘텐츠 소비자이자 창작자, 디지털 세계의 시민 같은 특성을 강조하지만 이어 베타(β) 세대로 가면 다시 달라질까? 핵심 생사(生死)는 공존한다는 사실, 희한한 발상 같지만 입자(粒子)의 세계에서 보면 영원한 삶도 영원한 죽음도 없음을 시사하기 때문이다. 어렵게 볼 일이 아니다. 물은 액체, 얼면 고체, 더워지면 수증기 즉 기체, 입자들의 요술같은 변신일 뿐 존망(存亡) 곧 생사는 없지 않은가?

 

지난 글(장황한 기억의 노예’-2023.01.15.)에서 거론한 GPT’, 인간의 의식과 무엇이 다르고 같은지 헷갈린다는 의미 무엇으로 그런 생각? ‘GPT-4’로 가면 매개변수가 조() 단위로 늘어난다고 한다. 우리의 뇌세포 천억 개가 각기 1000개의 다른 뇌세포와 연결된다고 했는데 이미 100조에 이르는 매개변수를 작동하고 있다는 의미일 것이다. 한마디로 AI는 자신의 의식을 자신이 우리처럼 알지 못하는 이유다. 하지만 인간의 의식을 이해하고 설명하기엔 그 이론적 배경이 한결 가까워졌다고 강조했었다. 누군가가 새는 날개로 날지 않는다고 했다. 뇌의 지시에 의한다는 뜻인 듯, 울새-나그네새는 사람처럼 지형물을 보거나 철새처럼 별자리를 참고하지도 않는다. 지구의 자기장의 세기나 방향을 감지하며 난다고 밝혀졌다. 크립토크롬(cryptochrome)이란 단백질에 의한 것이다. 지난번 강조한 생물화학적 입자가 곧 의식으로 해석될 날을 생각하는 연유와 직결된다. 너무 전문적이다. 적외선 체온계의 수치화를 비교하면 될듯싶다.

 

어느 세대에 살든 남성이든 여성이든 결국 구별할 이유가 없다. 하물며 인위적으로 필요성에 의한 정치 세계 그 속에서 속고 속이는 기발한 발상으로 뻐기고 있지만 결국 한계, 제발 그런 갈등에서 우린 벗어나야 할 것이다. 제발..

 

대보름이다. 전쟁 전 어머니 따라 한강 다리를 건너 뚝 방 아래 뚫어놓은 어름 구멍에 고기밥(조밥)을 주며 빌던 시절, 그땐 지금 같은 갈등은 없었지 싶다. 세월이 흘러 옛 얘기 오늘 저녁에 뜬 둥근달, 뿌연 미세먼지 사이로 베란다 창 넘어 밝은 달을 바라보며 어떤 소원을 마음에 담아야 할까? 한데 이게 웬일, 달을 보는 순간 거기에 있는 쟁반 같은 달, 잠시 방으로 들어와 그대로 있겠거니 그러나 없었다는 얘기들, 아인슈타인은 있다고 믿었으나 달의 공전(公轉)과 지구의 자전(自轉) 결과와 미시적 양자역학 입장에선 확률과 중첩이란 입장으로 보지 않았다면 없다는 것, 있든 없든 그건 별개, 제발 나 자신을 알아 떳떳한 자신을 챙기는 마음, 그런 길을 어찌하면 굳힐 수 있을까 다져본다. 확률의 미묘함을 떠나 쉽게 모두가 같은 마음으로라면 갈등은 없어질 것, 남녀는 물론 세대가 α, MZ, XY, Silent든 그렇게 된다면 이념이 따로 있어야 할 이유가 있을까? 투철한 이념이 아니라 정략적 팬덤인 바엔.. (2023.02.05.)